자유게시판

뜨거웠던 올 여름에 '세상에서 가장 쉬운 일과 가장 어려운 일'이란 생활 에세이 한 편을 쓴 후, 긴 산문은 잠시 중단 되었다.
땀을 줄줄 흘리며 원고를 쓰는 것 만큼 고역이 없다.
차라리 그럴 바에는 글을 쓸 자료를 찾고 남의 원고를 읽는 것도 꽤나 괜찮은 피서법이기 때문이다.
이제 찬 바람이 제법 나고 정신도 한결 맑아지는 것 같다.
오래 미루어 온(한 달여) 숙제들을 챙겨야겠다는 의욕과 더불어 긴 휴일을 빈둥거리는 죄스러움이 불현듯 이른 아침을 박차나 보다.

여름 내내 나는 임진왜란의 자료를 찾고 정리하면서 이순신 중심으로 정리된 전쟁사를 바로잡고 사색당파의 시각으로 기록된 선조실록, 선조수정실록에 대한 칼질하기에 정신이 없었다.
역사학자가 아닌 내가 역사의 필자가 된다는 것은 사학계에서 보기에는 일종의 쿠데타요 반역인 셈이다.
그러나 새로운 반전은, 천편일률적이고 교리적 신봉의 아성을 깨는 자료의 제시와 새로운 시각을 보여주는 용기에서 역사는 바로세워진다는 확신이 여름 내내를 달구었다.
이미 역사를 다루는 몇 군데 사이트에 던진 나의 원고는 논쟁이 시작되었다.
몇몇 역사학자들도 붙어앉아 그 쟁론을 멈추고 있지 않다.
용기있는 전문가들은 나의 시각에 찬동도 하고 그렇지 않은 쪽에서는 강한 태클을 거는 것도 사실이지만 알고보면 나에게 옆구리나 심장이 찔린 학자들로 보이니 그 반발도 당연하다고 하겠다.
나는 필자로서 비판을 받는데 전혀 두려워하거나 무서워하지 않는다.
경험으로 다져진 맷집도 맷집이려니와 역사를 전공하지 아니한 아마츄어리즘으로 도전을 하고 있으니, 한대 맞아도 아프지 않고 오히려 더욱 분발이 되는 셈이니 무척 가벼운 마음이다.^ ^

남이 써놓고 남이 만들어 놓은 이론을 달달거리며 외거나 또 그것으로 무슨 학파를 이루는 듯 가르치는 것은 학자의 양식있는 소양거리가 아니다.
자신을 가르친 스승도 잘못된 견해가 있으면 산을 넘어가는 게 학자적 양심이다.
특히 역사란 학문의 테두리는 참으로 묘해서 그속을 들여다보면 여지없는 조선의 동인, 서인, 남인, 북인, 노론, 소론의 사색당파 처럼 계속 패거리를 만들어 갈라져 간다는 것이다.
역사에 대한 진정한 양심은 지도자와 백성의 입장을 바로 서술하고 평가하는 일에서 부터이다.
나는 그런 의미에서 사학자들이 무슨 신주단지 모시듯 벌벌 떨면서 다루는 '조선왕조실록'이니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니 유성룡의 '징비록'도 돋보기를 비추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나라의 국보요 보물이라고 말하는 이 서책들에도 단점과 거짓은 너무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물론 유네스코에 등재된 역사적 보물이고 당시의 주변상황을 살피는 자료로서의 가치도 있겠지만 왕조실록의 기록들은 백성과는 거리가 너무 멀었다는데서 나는 그리 훌륭한 역사기록이 아니라는 판단이 서있기 때문이다.
잘 길들어 있는 양식있는(?) 학자들의 입장에서는 힘있는 왕과 그들이 만든 충신(?)들에게 역사의 무게를 두고 설명해야 고상할지 모르겠으나, 나의 비학자적 양심은 오로지 '다수였던 백성의 처지와 환경은 당시에 어떻게 기록되어 있는가?'라는데서 모든 것이출발하기에 그 관점이 틀린다는 것이다.

이러한 역사를 관조하는 눈은 오늘날에 일어나는 여러 현상을 바라보는 시각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국민(백성)의 돈을 마치 제 용돈 사용하듯 주물리는 대기업들의 횡포는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이다.
국민이 주체가 되는 국가를 담보로 외채를 빌려 사업을 하는 대기업들이, 얼마나 국민에게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을까?라는 의구심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이 나라의 서글픈 현실이 아닌가?
대기업의 수출량은 점점 커지고 국민총생산액은 늘어난다는데 백성들의 살림살이는 갈수록 쪼그라들고 있지 않은가?
그래서 이제는 대선에 표심을 얻기 위해 무상복지를 여권이나 야권후보들이 모두 실시한단다.
대선에 즈음하여 벌어지는 나라 곡간의 종자씨까지 열어서 퍼먹이겠다는 공약들은 마치 임진왜란을 맞이한 선조와 그 충신(?)들이 벌인 극약처방 정책들을 보는 것 같아 너무 씁쓸하고 두렵기만 하다.
임진란이 벌어지기 3년 전, 선조와 그 충신들은 '정여립 역적 만들기 사건'에 주력해 있었다.
'모두가 평등하고 백성이 주체가 되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대동계>가 역적이 되는 원인이었다.
하긴 그 시대에는 왕권에 도전하는 별난놈(?)의 주장처럼 들렸겠지만 정여립은 이 땅의 선각자였음은 분명하다. 
그런데 수백 명이 죽어 나가고 수천 명의 역적 가족이 만들어진 역사의 현장이 오늘날이라고 만들어지지 않을까란 염려가 이 시점에 새록이는 것은 왠말일까?

대기업의 횡포가 위험수위를 넘었다.
이제 정치권의 권력도 무서워 않는다.
돈으로 다 살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정치권은 제눈 제가 찌른격이 된 셈이다.
삼성이란 공룡이 이제 박근혜나 문재인을 무서워 할까?
아니 당의 힘도 없는 안철수 따위는 더더욱 안중에도 없겠지?
백성들의 신망을 잃고 무능한 조정을 꾸리던 선조가, 그래도 임진 전란 중에 왜놈들에게 줄을 대어 장사하던 민족 혼을 팔아 처먹은 상인들을 처벌할 정도의 힘은 있었다는데, 지금은 선조의 힘 조차도 없는 나라 처지는 아닌지?
중소기업의 우수한 모든 아이템을 직간접으로 장악하고, 밴드 사업체의 원가 갉아먹기에 혈안이 된 대기업 노략질의 막대한 부(?)가 다시 국민에게 환원되는 것은 너무나 요원한 일이고 대통령으로서도 눈치만 보는 현실이 되어 버린 이 나라의 처지.
지금 이 상인놈(?)들은 '어디에 보험금을 넣어야 다시 잘해 처먹을 수 있나?'를 연구하는 시스템을 가동할 시기이지 않겠는가?

정치가 바로 서야 한다.
그리고 국민은 정치가 바로 서도록 따끔한 매를 칠 줄 알아야 한다.
그래서 국민 중에는 정여립처럼 목숨도 내어놓고 바른 소리를 하는 자가 많아져야 한다.
대선정국에 줄을 대는 어떤 인사가 간신배인지 후보자들은 잘 파악해야 된다.
그넘들은 반드시 상인넘들과 합작해 나라를 등쳐먹고 백성들을 울릴 인간들이니, 대선후보들이 잘 살펴보는 것이 무능한 선조가 되지 않는 길이 아니겠는가?
제발 이 땅에 다시는 왕조실록이나 징비록, 난중일기가 쓰여지는 불행한 일은 없어져야 한다.
백성의 삶만이 기록된 <국민실록>이 존재 되어야 할 뿐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