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학교폭력, 친구폭력

대구에서 한 중학생이 친구들의 집단 폭력에 시달리다 자살한 사건이 발생하더니 오늘은 광주에서 중학생 한명이 또래들의 폭력에 시달리다 자살한(타살 의혹 제기 중) 사건이 발생했다합니다. 사실 중고등학교 학생들의 집단 폭력과 린치는 테러보다 더 무서운 일인데도 어른들이 이를 잘 모르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고등학교 1 학년인가 그 즈음이지 싶습니다. 당시 우리 반에도 속칭 좀 논다는 학생이 한명 있었습니다. 타 학교 불량학생과 서클을 만들어 어울려 다녔는데, 내가 주번일 때 그 친구가 소속된 분단이 청소 당번이 되었습니다. 당시 교실청소는 분단별로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청소를 하고 주번이 점검한 다음 교무실에 가서 당직선생님께 검사를 맡고나서 하교를 하였습니다. 주번은 2명이었고 청소하는 학생들은 대략 팔, 구명정도 되었습니다. 그 친구가 일주일 내내 청소 한번 하지 않고 일찍 달아났습니다. 아무도 그를 제지 하지 못했습니다.

 나는 토요일 마지막 청소 날 나머지 아이들은 전부 집으로 돌려보낸 후 그 친구를 붙들어 강제로 청소를 시켰습니다. 반발하던 녀석이 내가 원체 강하게 나가자 말없이 복종 했습니다. 사실 그날 청소는 나와 주번 친구가 다했고 그 친구는 하는 시늉만 했습니다. 청소가 끝나고 그 친구는 나를 째려보더니 돌아갔습니다. 예감이 좋지 않았습니다. 틀림없이 저들 패거리를 모아서 교문 밖에 기다릴 것 같았습니다. 누구에게 도움을 요청 하려고 해도 도와 줄 사람이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것도 하루 이틀도 아니고 날마다 그들이 나를 기다린다면 피하려야 피할 할 수도 없는 일이었습니다. 엄청난 공포가 밀려왔습니다. 어른들에게 말씀드려 봐도 그냥 애들 장난이려니 하고 여길 뿐이란 걸 알고 있었습니다. 확실한 증거도 없이 남을 모함한다고 할지도 모릅니다. 그 당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텅 빈 운동장을 지나 교문을 나서니 저 만치 골목길에서 모자를 삐딱하게 쓴 아이들 대여섯 명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길가는 어른의 뒤를 따라가면 해치지 못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달아나고 싶었지만 비겁한 짓이란 생각도 들었습니다. 오늘 이 궁지를 벗어난다 하더라도 그들은 끝까지 나를 기다릴 것입니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매일 달아 날 궁리만 할 수도 없는 일입니다. 두려웠지만 당당하게 맞서기로 마음을 다잡아먹었습니다. 녀석들이 나를 끌고 으슥한 골목으로 들어갔습니다. 같이 주번한 친구도 따라 왔습니다. 녀석들이 숫자만 믿고 내 어깨를 툭툭 치며 건달처럼 시비를 걸었습니다. “ 야! 네가 이 아이를 괴롭힌 * 이가” 하면서 곧 주먹을 날릴 태세였습니다. 그때 골목까지 따라와서 내 곁에 서 있던 친구가 내 앞을 막아서더니 “야 비겁하게 여럿이서 한 사람을 괴롭히지 말고 정정당당하게 일대 일로 붙어보자”고 하면서 싸움을 가로 막고 나섰습니다. 그 모습이 얼마나 당당했던지 녀석들이 꼬리를 내리고는 “다음부터는 애를 괴롭히지 마라” 하더니 전부 돌아가 버렸습니다.

 싸움은 없었지만 지금도 그때 일을 생각하면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만약에 그때 싸움이 벌어졌더라면 나는 녀석들에게 맞아 초주검이 되었을 것입니다. 그 멋있는 친구의 이름이 박**입니다. 태권도가 2단이나 되는 운동도 잘하고 공부도 잘하는 아주 모범적인 친구였습니다. 그 친구는 서울에 있는 좋은 대학을 마치고 지금은 중견기업의 사장이 되어 있습니다. 그때 청소를 않고 달아난 껄렁한 친구는 그 이후 어떻게 사는지 소식도 없습니다. 동창회에 얼굴도 비치지 않습니다. 패거리들의 힘만 믿고 우쭐거리며 약한 친구를 괴롭히는 학생들이 잘되는 법이 없다는 것을 오늘의 청소년들이 깨우쳤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학교에서는 입시교육만 하지 말고 약한 친구를 도우는 기사도 정신도 좀 가르쳤으면 좋겠습니다.

 요즈음 학교에 도덕과 윤리 과목이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폭력은 매를 맞을 때보다 맞기 전이 더 공포스러운 것입니다. 폭력에 시달리다 유명을 달리한 어린 아이들이 내 자식인 양하여 가슴이 아픕니다. 인간은 왜 인간에 대해 늑대가 될 수밖에 없는가? 늑대가 되라는 교육을 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인성이 만들어지는 중고등학교 시절에 우리는 우리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치고 있는가? 교육자도 아닌 내가 하 답답하여 내 자신에게 이렇게 되물어 봅니다. 사람이 사람을 괴롭히며 살지 않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집단폭력이나 왕따는 가장 만만한 상대를 골라서 괴롭힙니다. 기가 여리고 순한 아이만을 골라서 괴롭힙니다. 저항 능력을 상실한 아이는 죽음보다 괴로운 시달림에서 벗어나려고 자신을 죽이는 길을 택합니다. 우리는 지금 어른이나 아이나 할 것 없이 조직의 위세를 빌어 자기보다 약한 사람을 괴롭히는 타락한 세상에서 살고 있는 것입니다. 사람이 사람을 괴롭히며 살지 않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