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답글 : 소설 <매혹>을 읽고 나서-  
작성자 : 정임표/23, 등록일 : 2010/11/03

일찍이 청마는 그의 시 "깃발"에서 오로지 맑고 곧은 이념은 없으며 우리가 그걸 바람은 영원한 노스탈자의 손수건 같은 것이라고 노래 했다. 이 책은 주자학의 지배하는 세상에 서학이 들어와 당시 지배계급의 정신세계와 충돌하면서 격게되는 갈등을 그리고 있다. 그를 통해 "이념은 아무리 순수하다 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지배계급의 기득권을 옹호하는 타락된 이데올로기로 변질된다"는 것을 은연중에 우리에게 깨우쳐 준다.

이 책에서 "나"는 이벽이기도 하고 또한 다산이기도 하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우리는 때로는 순수하기도 하고 때로는 복잡하기도 하다. 작가는 말년의 다산의 입을 통하여 이렇게 말한다. " 삶과 죽음의 문제는 어떨 때는 절실했고 또 어떨때는 너무 시시했다" 작가는 이벽과 다산의 삶의 궤적을 통하여 이념에 목숨을 바치고자 하는 나와 이념을 개량화시키면서 현실의 삶을 유지시켜 나가려는 나가 둘이 아님을 보이면서, 삶과 이념이 분리될 수 있는 것인가? 아닌가? 를 독자들에게 묻고 있다.

이념이 분리 될 수 없는 것이라면 그건 우리 삶에서 아주 절실한 문제가 될 것이고 분리 될 수 있는 것이라면 아주 시시한 문제 일 수도 있을 것이다. 현대를 탈 이념의 시대라 한다. 정말 그러한가? 오늘의 우리는기왕의 이데올로기 보다 더 냉혹하고 무서운 "돈을 이념으로 추종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돈을 많이 번 사람들은 돈이 지배하는 세상을 만들고 그 체제를 유지하려 한다. 그런 세상에서는 돈이 절실한 삶의 문제가 되고 매혹적인 것이 된다.

이 책을 읽고나니 삶이란 쾌락도 매혹도 아닌 행복이란 생각이 더 드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살만큼 살아 낸 나이 탓일까? 나는 괜스레 오늘을 사는 우리들에게 "당신은 지금 행복 하십니까?" 하고 묻고 싶어진다. 청마도 아마 그런 마음이 들어서 깃발을 "슬프고도 애닯픈 마음"을 공중에 매달아 놓은 것이라 했을 것이다. 좋은 책이다. 동문님들에게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