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혼처 (짧은 수필)
- 등록일
- 2009/11/19
- 작성자
- 정임표/23
- 조회수
- 1424
친구들과의 술자리 얘기는 흐르는 세월에 따라 주제가 달라진다. 할아버지가 된 친구들이 하나 둘 씩 늘어가더니 이제는 아이들의 혼사 이야기가 주된 술안주로 오르내린다. 이야기가 익어 가면 자식들의 나이를 물어보면서 ‘저 녀석이면 내 사돈 깜이 되겠는지’ 가늠해보는 눈치를 보이기도 하는데, 이야기 끝에 한 친구가 “3대가 깨끗해야 친구와 사돈을 맺을 수가 있다”는 말이 있다고 하였다. 평생 친구로 지내면서 남들에게는 말하지 못하는 아픔들을 토해내고 서로 위로 받으며 살았기에 사돈맺기가 난망이란 것이다.
3대의 세월동안 흠이 없는 집안이 어디 있겠는가. 삶이란 뚜껑을 열면 골골이 상처요 헤집고 보면 조작조각 허물인 것을-. 가족들 간에 서로를 따뜻이 보듬어 주는 마음들만이라도 갖춘 집안이라면 좋은 혼처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아이들이 장성하면서 사돈 될 사람의 됨됨이가 혼사의 중요한 요소가 된다고 생각하니 평소의 내 언행을 돌아보게 하는데, 나하고 사돈하고 하고 싶은 친구들이 과연 몇이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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