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본 글은 대건동문기우회 클럽에 제가 올렸던 것인데, 625전쟁 59주년을 맞아 다른 동문들에게도 자랑스런 대선배를 소개하고 625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의미에서 복사해 올립니다. ***************************************************************************** 사석이 된 어느 선배의 이야기 작성자 hekla 게시일 2009-06-23 조 회 22 첨 부 없음. 바둑이 아마 유단자 급에 다다르면 상대에게 조그만 미끼를 하나 던져주고 그것을 상대가 취하는 사이에 더욱 큰 이득을 챙기는, 이른바 사석작전에 맛을 들여가기 시작한다. 의도대로 상대가 덥썩 미끼를 무는 사이 외부에 두터운 벽을 쌓아 그 판의 승패를 결정짓고 말았을때 얼마나 통쾌한가! 사석은 말그대로 한판의 승리를 위해 작전상 버리는 돌들이다. 한판의 바둑에서야 얼마간의 돌들은 승리를 위해서라면 기쁘게 버릴수 있지만 고귀한 인명이 사석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비록 최후 승리로 그 몇배의 인명을 살리는 결과로 이어질지라도 그게 어디 쉬운 결정이겠는가. 이 이야기는 59년전 내가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때, 공산군의 침략으로 나라의 운명이 그야말로 바람앞의 등불 같았을때, 나라를 위해 사석으로 적진에 투입됐던 대건고1기 선배님의 이야기다. 쏘련제 탱크들을 앞세운 막강 공산 침략군에 3일만에 수도서울을 내주고 저 아래 반도 남단으로 쫓겨난 우리의 선배들은 낙동강 방어선에서 최후의 방어선을 펼치고 꽃다운 청춘을 그얌말로 초개같이 불사르며 나라의 운명을 위해 싸우고 또 싸우고 있었다. 하나님이 보우하사 UN이 참전을 결의하고 미군이 급거 한반도에 출동, 우선 발등의 불은 껐지만 미군 선발대 (일명 스미스 대대)가 대전 부근에서 전멸하다시피 하고 사단장(딘 소장)이 포로로 잡히는 등 미군의 희생이 너무 컸으니 인명을 극도로 중시하는 세계최선진국 미국이 어찌 금쪽같은 자식들의 피흘림을 두고만 볼수 잇었으랴. 무언가 빠른 시일내 극적인 반전, 내지 대승리가 없고서는 미국 지도자들이 제일 두려워 하는 여론에 밀려 철수할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에 일본제국을 무릎꿇린 당대 최고의 명장이자 한국의 은인 맥아더 장군은 성공확률 5천분의 1이라는 도박적인 인천상륙 작전을 기획하고 대반전을 꾀하게 되었는데, 실제 이 작전이 실패로 돌아갈 경우 미군은 철수한다는 내부계획이 세워져 있었다고 한다. 정말 지금 생각해도 아찔한 순간 아니었던가! 당시 유엔군이 어디엔가 대상륙 작전을 벌이려 한다는 소문이 파다했다고 한다. 맥아더는 공산군의 이목을 상륙지로 정한 인천말고 다른데로 돌리게 할 필요가 절실했다. 경북 영덕의 장사 해수욕장- 깨끗한 동해안의 바닷물과 완만한 모래경사, 뒷편 울창한 숲으로 인기있는 해수욕장이다. 아마 다음주 쯤이면 해수욕을 즐기려는 인파가 떼지어 몰려올 것이다. 인천상륙 작전개시 불과 하루전인 1950년 9월15일 새벽 5시 팔로군 출신의 무정 장군이 이끄는 막강 북괴 2군단이 점령하고 있던 이곳에 2700톤급 민간선박을 징발한 대한의 LST 한척이 상륙을 시도하였다. 상륙지가 포항영덕이다, 삼척이다, 군산이다 라는 연합군의 역정보에 잔뜩 긴장하고 있던 침략군에게 새벽 폭풍우속에 출현한 대형 상륙정은 대상륙의 개시로 보였을터. 당시 북괴군 수뇌부에는 연합군 2개연대 병력이 상륙한다는 급보가 전해졌다고 하지만, 실제는 사단병력으로 위장한 772명의 학도병 유격대(일명 772부대 혹은 명부대) 였다. 대건고 1기생으로 입한한지 몇달 되지도 않았던 선배(유병추 재경대건동문회 고문/재경대건기우회 고문/장사유격동지회 감사)께서는 다른 여러 동기들과 함께 피끓는 애국심으로 학도병에 지원, 전선으로 향하셨던 것이다. 정규병도 아니고 열 대여섯 짜리 학생들의 부대, 게다가 인천상륙작전을 성공시키기 위한 사석으로 투입된 부대였으니 뭔들 제대로 된게 있었을까. 물론 당시에는 선배뿐 아니라 별두개 소장으로 위장하고 이 작전을 지휘한 부대장 이명훈 대위조차 자신들의 부대가 사석이었음을 몰랐다, 적을 속이기 위해선 자기 군대부터 속여야 하는게 병법이니까. 때마침 폭풍우를 맞아 상륙선이 제대로 접안조차 못하고 집중포화에 좌초하자 몇몇 대원이 목숨을 버리며 해안의 소나무에 밧줄을 연결하고, 이 밧줄을 타고 우리의 선배 학도병들은 상륙한다. 이때 벌써 수백이 공산군의 집중포화에,또 태풍에 휩쓸려 바닷속에서 영원히 눈을 감고 만다. 오호~ 애재라. 이몸이 죽어서 나라가 산다면 아~아~ 이슬처럼 스러지리 어제 오후 서울프레스 센터에서 열린 장사상륙작전 학술세미나에 선배의 권유로 기우회 후배들과 함께 참석하였다. 이 사석작전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학도병을 투입해 희생이 너무 커서 학자들 간에는 성공적인 작전이었느나 그렇지 못한 작전이었느냐 논란도 다소 있는 모양이다. 그러나 내게는 이미 팔순에 이른 유격대원중 불과 20여명 남짓한 생존 노병들의 연륜이 깃든 얼굴들을 가까이서 보는것만도 감격에 겨웠다. 이 분들 이야말로 진정한 애국자요, 이땅의 영웅 아니신가. 이분들의 희생으로 지금의 대한민국이 있는 것이며, 이 작전이 수천척의 함선이 동원된 사상 최대의 상륙작전중 하나였음에도 전사자 29명 이라는 기적을 연출한 인천상륙작전의 완벽한 성공에 크게 일조하였음은 아무도 부인하지 못할터이니, 성공중의 성공 작전 이었음이 틀림없다.. 작년 동국대 강모 교수가 625를 민족통일전쟁 이라고 하여 나라가 시끄러웠던 기억이 난다. 그러면 미군을 비롯한 연합군은 통일을 방해한 훼방꾼 이었던가? 꽃다운 청춘을 채 피우지도 못하고 피흘려 산화한 수많은 선배들은 통일의 역적이었단 말인가? 같은 종합무역상사에서 한솥밥을 먹기도 한 양반이지만 나는 이 친구를 용서할수 없다 (마음으로). 북한이든 남한이든 통일만 되었으면 좋았다는 위험천만한 사상을 가진 후손들이 근래 꽤 있다는데 한없는 비애를 느낀다. 이 선배 영웅들에게 내가 미안한 마음이 든다. 당시 선배들의 피가 헛되이 적화되었다라면 지금의 우리 모습이 어떠할지 상상이 되지 않는가? 수백만의 동포들이 굶어죽으며 탈북해 중국을 전전하는 사실을 보는 눈이 없는가. 그런대도 60년 이상 집권층이 그대로고 이젠 3대째 세습이란 금세기 최고의 코미디를 연출하고 있는 소식을 듣는 귀가 과연 없는가. 더군다나 크리스찬인 나로서는 공산치하 북한, 중국의 종교인 말살실태를 떠올리면 다시한번 이 나라를 공산침략에서 지켜주신 하나님과 미국을 비롯한 자유우방, 그리고 애국 선열들에게 머리숙여 감사드리지 않을수 없다. 선배께서는 요즘도 기우회 월례모임에 거의 개근 하신다. 그 연세에 바둑 느는 사람은 대한민국에 달리 없다는 후배들의 칭송을 받는 애기가 시다. 한가지 유감은 선배께서 아직 인터넷 바둑을 못하신다는 것인데, 누가 알겠는가! 요즘도 매주 일요일 아침 교육방송의 바둑교실을 빠트리지 않고 애청하신다는 선배께서 장사유격대 란 아이디를 달고 짠~하고 본 타이젬 대국실에 나타나실지.. 아마 초단 실력의 선배가 아들뻘 손자벌 후배들과 함께 수담을 나누며 사석작전을 구사하실때는 어떤 생각을 하시는지, 59년전 사석이 되었던때를 떠올리지는 않으시는지... 선배는 지금의 젊은 후배들중 미국을 혐오하며 심지어 남한보다 북한에 더욱 정통성이 있다는 식의 일부 시각에 통탄을 금치 못하신다. 당시 상륙에 성공한후 가까운 어느 고지를 점령했을때 도망 못가게 쇠사슬에 묶여 있던 3명의 북한 소년병들의 애처로운 눈망울이 지금도 눈에 선하건만.. (하도 애처로와 죽이지 않고 그냥 가라했더니 엉엉 울더러나요..). 저 만악의 근원 김일성 왕조가 하루라도 빨리 무너져야 우리 북한동포들이 살텐데, 공산주의의 허울좋은 장미빛 구호의 실체가 드러나고 공산종주국들마저 바뀌었건만, 아직도 잔학무도한 저 공산정권을 동경하고 미몽에서 깨어나지 못하는 후배들이 있다니... 얼마전 노전대통령 조문 군종속에서 군중들과 다른 의견을 얘기하다가 아들뻘 젊은이들에게 멱살을 잡혔다는 그 용기있는 할아버지의 소식을 들었을때 선배 생각이 떠올랐다. 어수선한 이 나라가 속히 안정되어 선배가 나라 걱정없이 편안한 마음으로 바둑을 즐기시며 눈감을수 있기를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