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개와 산 부모
- 등록일
- 2006/08/24
- 작성자
- 전만석/25
- 조회수
-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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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죽은 개와 산 부모></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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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 src="http://munjung13.com/album/m13album/20060801082716DSC02110.jpg" width="540" height="649">
<p><b><font color="blue" size="4"><죽은 개와 산 부모></font></b></p>
<p>신문을 읽다가 혀를 찼다.</p>
<p>채소밭을 망친 개를 두들겨 팬 농부가 이틀간 구류를 살았다는 기사가 있었다.</p>
<p>농부는 채소도 기르고 개도 기른다. </p>
<p>채소는 두엄을 주면서 기르고 개는 두들겨 패면서 기른다. </p>
<p>'훈육 방식'의 죗값치고는 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p>
<p>투덜대는 나를 보고 아내가 '동물 학대'라고 우긴다.</p>
<p>그러더니 내손을 살포시 잡았다. </p>
<p>"당신, 내가 하는 말 잘 들어요. 얼마 전 내 친구가 겪은 일이야."</p>
<p>손길이 푸근해 나는 말을 잘 듣기도 했다. </p>
<p>아내는 조곤조곤 친구 이야기를 시작했다. </p>
<p>친구(아내의 친구)는 며칠째 안달복달했다. </p>
<p>망울이(애완용 개) 음식을 마다하고 자리보전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p>
<p>망울은 몰타즈종 수컷, 집안의 재롱둥이었다. </p>
<p>친구는 남편에게 망울의 증세를 알렸다. </p>
<p>고환이 물 풍선만큼 부풍어 오른 망울을 보고 남편은 고개를 저었다.</p>
<p>가망 없는 암이었다. </p>
<p>진통제를 주사하고 남편이 출근한 그날 오후, 망운은 영면했다.</p>
<p>친구는 울먹이며 남편에게 전화했고, 남편은 저녁 약속을 미루고 달려왔다.</p>
<p>향년 17세, 인명으로 치면 칠순에 이른 나이라 천수를 누렸다. </p>
<p>그래도 망울이 떠날 줄 친구는 차마 몰랐다.</p>
<p>희디흰 털을 쓰다듬으며 부부는 하염없이 울었다.</p>
<p>친구는 애견 장례식장에 전화했다. </p>
<p>절차를 묻고는 망울의 유품인 옷과 목걸이를 챙겼다. </p>
<p>망울의 영정도 마련했다. 시신을 넣은 상자에는 흰 장미를 뿌렸다. </p>
<p>한 번도 결근한 적이 없는 남편이 출근을 포기하고 서울 외곽의 식장까지 동행했다.
</p>
<p>그곳에 가서야 알았다. </p>
<p>미리 연락했으면 2일장을 치러 줄 수 있었다는 것이다. </p>
<p>운명 당일은 염습해 입관한 뒤 빈소를 차려 조문하고 </p>
<p>다음 날은 발인과 화장하는 예를 갖출 수 있었는데 그걸 몰랐다.</p>
<p>할 수 없이 염습에서 화장까지 하루 만에 치렀다. </p>
<p>친구는 망울을 소홀하게 보내는 것 같아 가슴이 미어졌다. </p>
<p>친구는 망울이 입을 수의를 골랐다. 삼베도 있었지만 비단으로 했다.</p>
<p>망울은 5kg이 넘지 않아 화장 비용이 기본인 15만원이었다.</p>
<p>오동나무에 입관하거나 유골을 납골당에 안치하려면 돈을 더 내야 했다.</p>
<p>납골당은 경건하고 호화로웠다. </p>
<p>잠시 마음이 흔들렸지만 친구는 망울을 그곳에 두면 외로울 것 같아 유골을 들고
가기로 했다.</p>
<p>운구할 때 리무진을 이용하는 장엄한 장례 절차도 있었다.</p>
<p>그 비용은 100만원쯤 든다고 했다. </p>
<p>친구는 빈소에 영정을 놓고 조촐한 영결식을 거행했다. </p>
<p>망울이 즐겨 먹던 식료를 제수로 올렸다. </p>
<p>언뜻보니 향을 사르고 절을 하는 이웃 상주도 있었다. </p>
<p>절차에 따라 장례식장에 직원이 제문을 읽었다. </p>
<p>애조 띤 목청을 듣자니 한층 숙연해졌다. </p>
<p>'오늘 망울이 우리 곁을 떠납니다. </p>
<p>우리가 준 사랑보다 망울이 준 사랑이 더 큽니다. </p>
<p>누구도 그런 사랑 베풀지 못합니다.</p>
<p>망울은 가도 사랑은 남았습니다. </p>
<p>하늘은 망울의 영혼을 받아주소서'. </p>
<p>친구 부부는 방성대곡하고 말았다. </p>
<p>한 줌의 유골로 남은 망울을 항아리에 담아 오면서 친구는 흐느꼈다. </p>
<p>부부는 집 부근 철쭉나무 아래에 유골을 뿌렸다. </p>
<p>망울은 철쭉꽃을 보면 늘 꼬리를 흔들었다. </p>
<p>망울이 가고 난 집은 텅 빈 듯했다. </p>
<p>친구는 밤새뒤척였다. 다음날 친구는 빈 유골 항아리에 장미꽃을 꽂았다. </p>
<p>꽃을 보면 망울의 얼굴이 겹쳤다. 퇴근한 남편이 그 꽃을 보더니 눈시울이 빨개졌다.
</p>
<p>남편은 말했다. "저 꽃 시들게 하지마"</p>
<p>남편은 품에서 휴대전화를 꺼냈다. 망울의 사진이 담겨 있었다. </p>
<p>망울이 살아온 듯 친구는 울컥했다. </p>
<p>얘기를 끝낸 아내는 내 표정을 살폈다. </p>
<p>나는 시큰둥하게 물었다. </p>
<p>"그래서, 이 애기 왜 한 건데?"</p>
<p>아내가 입을 삐쭉거리며 대답했다.</p>
<p>"암튼, 살아 있을 때 잘 하라고요."</p>
<p>아내는 다짜고짜 전화를 걸었다. </p>
<p>"예, 아버님, 저예요. 별일 없으시죠?</p>
<p>아비가 아버님 안부 여쭌 지 오래됐다고 그러네요. 바꿔 드릴게요"</p>
<p>나를 훈육하는 아내의 방식이 농부와 달라 고맙다.</p>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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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b><font color="blue" size="4"><죽은 개와 산 부모></font></b></p>
<p>신문을 읽다가 혀를 찼다.</p>
<p>채소밭을 망친 개를 두들겨 팬 농부가 이틀간 구류를 살았다는 기사가 있었다.</p>
<p>농부는 채소도 기르고 개도 기른다. </p>
<p>채소는 두엄을 주면서 기르고 개는 두들겨 패면서 기른다. </p>
<p>'훈육 방식'의 죗값치고는 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p>
<p>투덜대는 나를 보고 아내가 '동물 학대'라고 우긴다.</p>
<p>그러더니 내손을 살포시 잡았다. </p>
<p>"당신, 내가 하는 말 잘 들어요. 얼마 전 내 친구가 겪은 일이야."</p>
<p>손길이 푸근해 나는 말을 잘 듣기도 했다. </p>
<p>아내는 조곤조곤 친구 이야기를 시작했다. </p>
<p>친구(아내의 친구)는 며칠째 안달복달했다. </p>
<p>망울이(애완용 개) 음식을 마다하고 자리보전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p>
<p>망울은 몰타즈종 수컷, 집안의 재롱둥이었다. </p>
<p>친구는 남편에게 망울의 증세를 알렸다. </p>
<p>고환이 물 풍선만큼 부풍어 오른 망울을 보고 남편은 고개를 저었다.</p>
<p>가망 없는 암이었다. </p>
<p>진통제를 주사하고 남편이 출근한 그날 오후, 망운은 영면했다.</p>
<p>친구는 울먹이며 남편에게 전화했고, 남편은 저녁 약속을 미루고 달려왔다.</p>
<p>향년 17세, 인명으로 치면 칠순에 이른 나이라 천수를 누렸다. </p>
<p>그래도 망울이 떠날 줄 친구는 차마 몰랐다.</p>
<p>희디흰 털을 쓰다듬으며 부부는 하염없이 울었다.</p>
<p>친구는 애견 장례식장에 전화했다. </p>
<p>절차를 묻고는 망울의 유품인 옷과 목걸이를 챙겼다. </p>
<p>망울의 영정도 마련했다. 시신을 넣은 상자에는 흰 장미를 뿌렸다. </p>
<p>한 번도 결근한 적이 없는 남편이 출근을 포기하고 서울 외곽의 식장까지 동행했다.
</p>
<p>그곳에 가서야 알았다. </p>
<p>미리 연락했으면 2일장을 치러 줄 수 있었다는 것이다. </p>
<p>운명 당일은 염습해 입관한 뒤 빈소를 차려 조문하고 </p>
<p>다음 날은 발인과 화장하는 예를 갖출 수 있었는데 그걸 몰랐다.</p>
<p>할 수 없이 염습에서 화장까지 하루 만에 치렀다. </p>
<p>친구는 망울을 소홀하게 보내는 것 같아 가슴이 미어졌다. </p>
<p>친구는 망울이 입을 수의를 골랐다. 삼베도 있었지만 비단으로 했다.</p>
<p>망울은 5kg이 넘지 않아 화장 비용이 기본인 15만원이었다.</p>
<p>오동나무에 입관하거나 유골을 납골당에 안치하려면 돈을 더 내야 했다.</p>
<p>납골당은 경건하고 호화로웠다. </p>
<p>잠시 마음이 흔들렸지만 친구는 망울을 그곳에 두면 외로울 것 같아 유골을 들고
가기로 했다.</p>
<p>운구할 때 리무진을 이용하는 장엄한 장례 절차도 있었다.</p>
<p>그 비용은 100만원쯤 든다고 했다. </p>
<p>친구는 빈소에 영정을 놓고 조촐한 영결식을 거행했다. </p>
<p>망울이 즐겨 먹던 식료를 제수로 올렸다. </p>
<p>언뜻보니 향을 사르고 절을 하는 이웃 상주도 있었다. </p>
<p>절차에 따라 장례식장에 직원이 제문을 읽었다. </p>
<p>애조 띤 목청을 듣자니 한층 숙연해졌다. </p>
<p>'오늘 망울이 우리 곁을 떠납니다. </p>
<p>우리가 준 사랑보다 망울이 준 사랑이 더 큽니다. </p>
<p>누구도 그런 사랑 베풀지 못합니다.</p>
<p>망울은 가도 사랑은 남았습니다. </p>
<p>하늘은 망울의 영혼을 받아주소서'. </p>
<p>친구 부부는 방성대곡하고 말았다. </p>
<p>한 줌의 유골로 남은 망울을 항아리에 담아 오면서 친구는 흐느꼈다. </p>
<p>부부는 집 부근 철쭉나무 아래에 유골을 뿌렸다. </p>
<p>망울은 철쭉꽃을 보면 늘 꼬리를 흔들었다. </p>
<p>망울이 가고 난 집은 텅 빈 듯했다. </p>
<p>친구는 밤새뒤척였다. 다음날 친구는 빈 유골 항아리에 장미꽃을 꽂았다. </p>
<p>꽃을 보면 망울의 얼굴이 겹쳤다. 퇴근한 남편이 그 꽃을 보더니 눈시울이 빨개졌다.
</p>
<p>남편은 말했다. "저 꽃 시들게 하지마"</p>
<p>남편은 품에서 휴대전화를 꺼냈다. 망울의 사진이 담겨 있었다. </p>
<p>망울이 살아온 듯 친구는 울컥했다. </p>
<p>얘기를 끝낸 아내는 내 표정을 살폈다. </p>
<p>나는 시큰둥하게 물었다. </p>
<p>"그래서, 이 애기 왜 한 건데?"</p>
<p>아내가 입을 삐쭉거리며 대답했다.</p>
<p>"암튼, 살아 있을 때 잘 하라고요."</p>
<p>아내는 다짜고짜 전화를 걸었다. </p>
<p>"예, 아버님, 저예요. 별일 없으시죠?</p>
<p>아비가 아버님 안부 여쭌 지 오래됐다고 그러네요. 바꿔 드릴게요"</p>
<p>나를 훈육하는 아내의 방식이 농부와 달라 고맙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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