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오랜만에 글을 올리니 쪼매 쑥스럽군요... 회사일이 덜 바쁘단 핑계로, 마나님이 저보다 더 바쁘다는 '현실'적인 이유로, 어머님이 아들을 며느리 보다 더 보고 싶을 거란 '짱구'를 굴려서, 1박 2일로 고향엘 내려갔다 왔습니다, 주중에... 설날에 내려 갔을 때만 해도 그저 조금 허리가 안 좋은 정도인줄로만 알았는데 기어이 몸져 누우시더니 결국 입원까지 하시게 되었습니다. 척추(요추 1번)뼈가 부러지셔서 꼼짝하기도 힘들어 그냥 누운 채로 음식을 드시고, 기저귀를 찬 채 소변을 보시고, 휴대용 변기에 큰 일을 보십니다. 이제 겨우(?) 일흔 여섯(1930년 생)에, 벌써 '요단강 건너가는' 리허설을 해 보시나 싶어 약간 서글프기도 했었지만, 덕분(?)에 평생의 멍에인 '불효자'란 딱지의 빚을 만분의 일이나마 '탕감' 하고 돌아온 기분이 나쁘진 않네요.^^ 제가 늘(?) 강조하는 거지만, 사람간의 관계에서 '친밀도'를 나타내는 바로미터 중의 하나가 '똥'이란 걸 다시 한번 체험하고 왔습니다. 저의 누님처럼 중풍으로 쓰러진 시아버지 병 수발을 위해 딸자식 대신 몇 년씩 '뒷 치닥거리' 한 경우는 예외로 치고, 보통은 '똥'이 '촌수'를 정확히 나타내지 않나요? 어릴 때, 두 살 위 형과 재래식 화장실 변기에 서로 엉덩이를 대고 돌아 앉아 '볼일'을 보던 경우나, 형은 변기에 저는 땅바닥에 신문지 깔고 서로 쳐다보며 '응가'하던 기억은 그렇다 치고, 결혼 후에도, 내 새끼 변비에 걸려 고생하는 모습을 보다 못해 양변기 위에 쪼그리게 앉혀 놓고 양손으로 치약짜듯, '똥구'를 눌러 '변'을 뽑아내던 것도 다아 '촌수'라는 밀접한 관계에서 나온 '용감'한 행위가 아닐까 스스로 되물어 봅니다. (코가 막혀 콧물을 제대로 못 풀 때 입으로 코를 빨아주는 정도야 기본이지만...) 지 엄마 똥 한번 치우고 와서 되게 설레발 친다는 비아냥은 충분히 설득력이 있겠지만, 그래도 저에겐 새로운 '경험'이라 소회가 없을 수 없네요. 새벽 3시반에 잠이 깨신 어머니를 위해 '뒷처리'를 말끔히 해드리고 아침까지 이런저런 당신께서 살아온 '과거의 영사기'를 돌리시는 것을 조용히 '관람'한 감회가 새삼스레 떠오릅니다. 들었던 얘기도 있고, 첨 듣는 얘기도 있고, 한 얘기 또 듣는 얘기도 있고... 그렇게 옵니버스식 이야기는 끊임없이 이어졌습니다. 병실 창문에 훤히 동이 털 때까지... "막내와 단 둘이 천장를 보고 누워 두런두런 얘기해 본지가 얼마인지 모르겠다..." 는 그 분의 '소회'가 괜시리 제 콧등을 시리게 만들더군요. 누구보다 스킨십에 '강한' 애착을 가진 저로선, 제대로 어머니 젖 한번 물어보지 못하고 자란 '콤플렉스'를 이번 기회에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었단게 소득이라면 소득일까요?... 때마침, 물 건너 하인스 워드란 친구와 그 어머니에 대한 뉴스가 우리의 가슴을 때리는 시점이라, 더욱 이번 대구행에서의 '엄마 젖'은 달콤했던거 같습니다. (뱀발) 젊은 간호사 '언니'들이 어머니를 '할머니' 라 부를 때, 전 그 호칭이 아직도 '서운'하고, '낯설'고, '억울' 합니다. " 울 어무이는 할매가 아이라 카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