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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어머니 돌아가심에 즈음하여 동기 및 동문여러분들의 많은 조문에 마음속 깊이 감사의 말씀 전합니다. 누구에게나 그러하겠지만 저에게 있어서 어머니는 정말 훌륭하신 분으로 마음속에 영원히 기억될 것입니다. 아래 글은 제가 어머니 병실에서 어머니를 간호하면서 쓴 글입니다. 못쓴 글이지만 저의 어머니에 대한 마음이 담겨진 글이므로 한번 읽어 봐 주십시오.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 전합니다. 여의시스템 대표이사 성명기 어버이 살아실 제 섬기기를 다하여라. 지나간 후에 애닯다 어이하리. 평생에 고쳐 못할 일 이뿐인가 하노라. 송강 정철의 어버이에 대한 시조입니다. 어떤 가수가 노래로도 불렀습니다. 어머니! 과연 저에게 있어서 어머니의 존재란 어떤 모습입니까? 어렸을 때 막대사탕 입에 물고 엄마 치마를 잡고 따라가면서 행여 치마를 놓치면 엄마를 영영 잃어버릴 것 같은 불안감에 한 손에는 사탕 들고 빨면서 한 손으론 어머니 치마를 잡고 갈 때 느꼈던 그런 모습입니까? 입으로 젖 빨면서 조막손으로 남은 한쪽 젖을 조물락 조물락 거릴 때의 뽀얀 가슴에 젖이 가득 든 그런 모습일까요? 입학시험 날 유난히 추운 고사장 앞에서 추운 줄 모르고 기도하던 그런 모습일까요? 못된 짓을 한 자식에게 화가 나서 회초리로 때리다가 퉁퉁 부은 자식의 종아리가 안쓰러워 자식과 함께 눈물 흘리시던 그런 모습일까요? 어릴 적 저에게 있어서 어머니는 우리들의 희망이었습니다. 한쪽이 기울어져도 많이 기울어진 부모님 틈바구니에서 우리들은 어머니가 있음에 우리 가정이 유지 되고 있는 그런 가정에서 늘 불안을 눈망울 속에 가득 담고 이만큼 커왔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우리 5형제가 나름대로 사회에 일익을 담당하며 열심히 살게끔 만들어 놓으셨습니다. 신혼생활 3개월 만에 이차대전에 끌려가신 아버지는 해방되어도 돌아오시지 않고 필리핀 전선에 참전하여 돌아가신 것 같다는 뜬소문을 듣고도 혼자서 사셨던 어머니셨습니다. 아버지가 해방되고도 한참 지나서 돌아오신 후 불과 몇 달 만에 6.25 전쟁이 일어나서 가셨을 때도 그냥 그렇게 혼자 사셨습니다. 야채보퉁이를 머리에 이고 대구의 원대시장 한 귀퉁이에서 좌판을 펼치고 지나가는 손님들에게 정구지 한 묶음 사달라고 애원하던 모습일 때도 있었습니다. 일수아줌마의 모습이 우리어머니의 모습이기도 했습니다. 바람불어 추운 겨울 우리 집 근처의 빈집에서 덜덜 떨며 보내는 거지에게 밤늦게 더운 물 끊여서 밥과 한 두 가지 반찬을 소반에 담아 가시던 모습은 저에게 또 하나의 어머니 모습으로 남아 있습니다. 이제 삶의 무게를 다 견디어 내시고 마지막 남은 힘으로 버티고 계시는 어머니의 모습이 안타깝기만 합니다. 고통스러워 하시는 어머니의 고통을 옆에 있으면서도 조금도 덜어주지 못하는 자식입니다. 이젠 얼굴의 주름살이 너무나 많아져서 그 주름과 주름에 어머니께서 살아오신 삶의 구비구비를 넣고 넣고 또 넣어도 한쪽 부분엔 못 채운 빈 주름이 남아 있을 정도로 늙으신 어머니 입니다. 어느 날 문득 우리 곁에서 다시 못 올 먼 곳으로 바쁘게 떠나가실 텐데 나는 살아계신 어머니에게도 효도를 하지 못하고 늘 바쁜 척하는 못난 자식입니다. 이제 젖 빨며 주무를 뽀얀 가슴도 남아있질 않고 꼭 잡고 갈 치마도 어머니에겐 없습니다. 무거운 야채보퉁이를 머리에 이고서도 먼 거리를 잘 걸어가시던 다리는 이제 애처러움 만 가득 한 모습만이 남아 있습니다. 그 동안 몸과 마음 다하여 어머니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다하셨기에 우리가 이만큼 성장해 있는 것입니다. 어머니! 어머니의 병실에서 이 아들은 훌륭한 어머니가 계셨음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마음 속 깊이 머리 숙여 감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