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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금자씨

이 영애는 저의 히로인입니다. 언젠가 오래전 드라마에서 술집 작부 역할을 너무 실감나게 연기해서 그녀의 과거를 의심한 적이 있었지요. 이름이 춘자랬나. 이십여년전 출판사 선배들의 틈바구니에 끼어서 춘천으로 물놀이 간 적이 있었읍니다. 교외선 타고 가서 닭갈비도 먹고 호반의 정취를 짝퉁이지만 맘껏 즐겼더랬지요. 그 여름 휴가 기간 끝물에 청춘들이 학습하기로 결정본 것은 세칭 니나노 집이었습니다. 신촌 한 뒤켠이나 영등포역 근처에 있음직한 싸구려 홍등에 짙은 화장을 하고 담배하나 꼬나물고 호객행위를 하는 그런 천편일률적 분위기 아님에 모두들 구미가 당긴 것입니다. 우리가 찾은 집은 퇴폐성의 전형이라 하기엔 그렇고 철 지나버린 과거의 스냅사진 한 컷과 같이 세월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무너져 가는 지난 시절의 잔해와 같이 느껴졌었습니다. 지체 높으신 어르신들이 가는 기생집은 언감생심일지라도 그 흉내만 보여주는 민중들의 기생집이 니나노 집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지난날 우리 어머니 할머니들과 같은 여염집 여인들에게는 원망의 장소가 되었겟지만 뭇 남성들에게는은 한 순간만이라도 고달픈 삶에 복수라도 하듯 왕후장상의 권위를 가지고 시중드는 여인들에게 마음 내키는대로 명령하고 온갖 해궤한 짓거리를 시킬 수 있던 곳이었지요. 삶에 입문한 우리 젊은 것들이야 복수할 것도 별로 없었으니 끝도 없이 흘러 나오는 뽕짝 레파토리와 젓가락 장단에 넋을 빼고 구경하고 따라서 합창한 수준의 놀음에 불과 했지요. 친절한 금자씨는 그래서 나에게는 친절한 영애씨입니다. 뽕짝 내공이 끝내주는 예인 수준으로서 각인되었으니까요. 박 찬욱의 다소 엽기적 주제 선정은 트레이드 마크가 이제 되었으니 그렇다 치고 설을 풀어가는 그의 솜씨가 단편 단편이 모여 큰 한편이 되어버린 쿠엔틴 타란티노의 펄프 픽션 못지 않습디다. 살인을 하고 복수를 하는데 유쾌감을 느끼도록 하다니 -- 복수의 결심은 한꺼풀 벗겨보면- 시계추가 21세기에 꽂혀 있지만 - 모성애에 기초한 여인의 한이었습니다. 한의 미학이 다르게 발전했나부지요. 한이라면 그저 전설의 고향 수준에 나오는 홍살문급 한으로만 느끼도록 상투적이 되어서 색다르게 접근을 해야 말빨이 서게 된 지경입니다. 살인을 하고 유쾌해지고 거기에 더하여 영혼의 구원을 이르도록 하는 이 말도 안되는 구조가 관람객을 흡인하도록 한다면 이 영화는 성공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한은 전통적으로 정상적으로 억압과 굴종을 해소시킬 수단을 가지지 못한 약자, 흔히 여인들이 갖는 것이었습니다. 해소수단도 죽음 이후 한풀이 굿으로나마 가능했지요. 김 지하 시인은 이것을 역사적 맥락속에서 파악하여 민중의 한으로 대체시켜 그 해소 수단을 마당극에서 찾았다 했지요? 금자씨 한의 현대적 해소는 노래방에서 스트레스 날려 버리듯이 한의 존재를 정통으로 날려 버립니다. 대포음 속의 사제총에 담아-- 따라서 날려버린 한은 한이 될 수 없는 것이지요. 한이란 설정 자체가 그 존재근거를 없애버리면 무신 소용이 있겠습니까? 복수의 미학만 남고 그것만 집착하면 우리 착하신 인간들이 찝찝해 할테니까 영혼 구원을 장치해 넣지 않을 수 없었을 테지요. 동자 귀신에서 훌쩍 커버린 귀신적 존재를 넣어둠으로써 이 구도는 완성됩니다. Sympathy for woman's revenge 친절한 금자씨 보다는 영어로 된 영화제목이 덜 애매모호하네요. 현실세계에서 법적으로 동의되지 않는 복수에의 동의. 복수를 미학적으로 조망함 이것이 박찬욱 영화의 트레이드 마크네요. 그런데 상표 등록은 하셨나 박 감독께서?? 아무튼 사랑하는 영애씨 나의 진정한 히로인은 날 배신하지 않더라구요. 산소 같은 여자라서 그런가 보지요?